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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 Vol.0 by 강산에

Artists


Album Info

Release Date: 2022-07-05

Label: C&L Music

시대의 변곡점에 등장한 유의미한 데뷔앨범

굳이 1이 아니라 ‘Vol.0’으로 표기한 강산에 1집이 나온 것은 1992년이다. 1992년 그 해는 정치, 사회사적으로나 음악사적으로나 변곡점이 된 해였다. 80년대에 나부끼던 변혁운동의 깃발은 그 높이가 잦아들었고, 87년 대선에서 노태우가 당선됨으로써 슬그머니 연장된 군정은 1993년 김영삼의 문민정부로의 이양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념적 고뇌와 투쟁이 비운 자리를 채운 것은 거대 담론에 억눌려 있던 개인적 욕망의 폭발이었다.
음악적으로도 맥락은 비슷했다. 민중가요의 위상은 꺾였고, 대중가요와 민중가요 사이의 벽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높이가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상업적 대중가요는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가요사를 뒤흔들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앨범이 나왔고, 시나위 출신 김종서의 솔로 데뷔 앨범, 신해철이 이끈 넥스트의 1집이 모두 그 해에 나왔다. 공일오비는 이 수록된 3집을 발표해 위상을 드높였고, 현진영도 를 수록한 2집을 통해 트렌드 선도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랩과 댄스음악이 급부상했다.
바로 그 때 강산에 1집이 등장했다. 강산에는 1963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본명은 강영걸이다. 평범한 소년 시절을 지나 경희대 한의예과에 입학했으나 얼마 못가 중퇴하고 꽤 오랜 방황의 시간을 거쳐 가수로 데뷔했다. 그 시절 한동안 그는 일본에 체류하기도 했다.

토속적 포크 록의 세계

앨범은 으로 시작한다. 이웃 복덕방에서 내기 장기를 두고 그 승전 기념으로 해질 무렵 수박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노래는 포크 록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으로 앨범의 문을 열기에 제격이다.
이어지는 노래가 강산에의 이름을 처음 대중에 알린 히트곡 이다. 김정구의 에서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을 빌어오고, 현인의 에서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를 옮겨온 노래는 실향민의 애잔한 심상을 따라가며 새로운 차원의 통일 염원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기존작에서 가사를 적절히 차용해 새로운 미학을 창출해낸 모범 사례이다. 강산에의 부모님은 실제 북한에서 월남한 실향민 출신이었다. , , 그리고 다음곡 까지 데뷔앨범에서 담고자 했던 토속성은 전반부의 하이라이트 3부작에서 일찌감치 완결된다.
앨범은 이제 한경애 작사/박청귀 작곡의 발라드 을 지나 에서 ‘쾌지나 칭칭나네 얼싸좋네’라고 노래하며 토속성을 재차 확인한 후 로 넘어간다. 는 어딘가 은밀한 에로티시즘을 자극하는 제목과는 달리 짝사랑에 빠진 순수한 마음을 담고 있는데, 강산에의 걸쭉한 목소리는 이 블루스 풍의 발라드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어지는 는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이 느낌의 곡이다. 과 같이 한경애 작사/박청귀 작곡의 노래는 80년대 유행하던 전형적인 헤비메탈 사운드와 기타 리프를 갖고 있다. 연신 ‘Black Rain’을 외치는 제창부까지 영락없는 헤비메탈이다. 훗날 강산에는 한 인터뷰에서 의 앨범 수록 여부를 놓고 박청귀와 갈등이 심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기우기 스타일의 로큰롤 을 끝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